제2회 한·아시아 청년포럼
대상 수상자 소감문
권시훤, 박인 오사카 소감문
한·아시아 청년대표단 덕분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수련회 이후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때 봤던 일본의 모습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너무 덥고 습한 날씨에 도로에는 대부분 경차밖에 없었고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있는 모습도 별로였다. 음식도 대부분 맛이 없었다. 아무래도 단체 여행이다 보니 가이드가 데려가는 식당만 가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내 어렸을 때 기억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너무나도 즐거운 경험을 주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일본을 좋아하는가?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 때문에 일본에 대한 적대심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은 일본 여행을 하는 것과 일본인 특유의 공손함을 좋아한다. 서양인들도 일본을 좋아한다. 동양을 생각하면 일본이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에 중국이 떠오를 것이다. 어째서 일본은 동양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을까? 내 생각에는 일본인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고 가꿀 줄 안다. 그 점 때문에 외국인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분위기에 감동을 받고 자신의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름을 느끼고 심지어는 낭만적이라고까지 느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유럽을 가서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인으로서 나는 한국의 거리 풍경과 한국 문화를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유럽과 홍콩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 안타까움이 이번 오사카 여행을 통해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오사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지은 지 적어도 50년은 되어 보이는 외벽이 벽돌로 된 6층 남짓의 건물조차도 굉장히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서 그 건물 나름의 분위기를 내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였으면 그런 오래된 건물은 철거와 재건축의 대상이지 심미안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주지는 못한다. 그저 급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산물일 뿐인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50년 전에 지어졌음에도 튼튼하게 짓고 또 지금까지 깨끗하게 잘 관리된 벽돌건물은 반세기의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에게 그 특유의 낡으면서도 요즘에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주는 것이다. 일본인이 잘하고 우리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엔저와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본인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뉴스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30년의 세월 동안 임금상승률도 별로 없었고 물가도 변동이 거의 없었어서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 소비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이때문에 이제 일본인들은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도 함부로 못 간다는 글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30년의 잃어버린 시간 후에 다시금 일어날 준비를 하는 공룡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적으로 값싼 물가, 버블경제 시절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지어놨던 휘황찬란한 건물과 인프라, 일본 특유의 예스러움은 외국인의 눈에 매력적인 존재이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제조업은 여전히 탄탄하며 오랜 고령화로 인해 화이트 칼라 일자리는 청년층의 노동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어 청년 실업 문제도 우리나라보다 긍정적이다. 집값도 버블경제 이후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거의 오르지 않아 평균 연봉 대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일본의 개선되는 출산율이 일본이 다시 일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한국의 10년 혹은 20년 후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2010년대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하지 못하고 중국향 수출 호조에 취해 제조업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 저성장 및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고통은 일본보다 더 클 것이라 확신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은 30년 전 엄청난 경제 호황과 그것을 통해 축적한 해외 자본이 있었고, 우리는 그러 게 없다. 일본은 30년을 버틸 전통 제조업 기술이 있었지만 한국은 반도체 빼고는 없다. 일본은 저성장 국면이었어도 관광수입이 있었고 내수 경제가 잘 돌아가는 나라였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과연 한국은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일본처럼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은 30년을 버틸 자본, 문화, 내수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가진 것이 있나? 일본 여행을 통해 느낀 건 확실하게 우리나라보다 어린아이가 많았다. 어린아이가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먹고살만하다는 것이다. 분명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이후 저성장 국면에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빠져나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느끼지 못한 새로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본 여행 내내 요즘 한국의 경제 상황과 사회문제가 현재 일본의 모습과 함께 겹쳐 보이면서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